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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 의견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 시티 그리고 도시계획 2019.11.18
작성자 관리자

2016년도 한 해에만 우리나라에서 22만 건의 차량 충돌이 발생하였고, 차량충돌 사고로 4,3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차량충돌사고의 증가를 막고,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미래도시교통 연구자들은 자율주행차량의 등장이 차량충돌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힘입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승용차가 기사 없이도 부드럽고, 정교하게 순항케 해준다. 미국이나 싱가포르에서는 기사 없는 차량이 벌써 거리를 달리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차량인 ‘웨이모’는 미국 애리조나주 페닉스시에 현재 600대의 자율주행밴을 운영하고 있다.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융합은 자율주행차량의 실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정부는 1조7000억 원(세종 7000억 원·부산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세종시 5-1지역과 부산 에코델타 시티에 ‘스마트 시티’ 시범도시를 2021년까지 만든다고 발표했다.

기사 없는 자동차를 필두로 하는 새로운 교통기술의 출현은 20세기적 도시문제의 해결을 돕고, 21세기의 스마트 시티 패러다임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정보처리기술의 발전, 새로운 교통기술의 출현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유토피아를 선사할 것인가?’, ‘디스토피아를 가져다줄 것인가?’, ‘스마트 시티의 실현을 위한 준비를 도시계획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에 먼저, 우버, 리프트, 카카오 택시 같은 공유차량의 출현은 이미 도시 내 주차장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감소시키고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21세기 스마트 시티에서는 현재 주차면적의 10~15% 정도면 주차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리프트’와 ‘우버’가 주행하는 일부 도시에서 주차장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주차장 용지의 축소는 도시 내 주차장 부지의 대대적인 재개발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자율주행차량은 시간당 120mile 정도의 속도로 사람들을 도심에서부터 더 빠르게, 더 멀리 나가는 장거리 통근을 가능케 할 것이다. 대도시권으로의 통근 거리는 더욱 확장되고, 그와 더불어 토지공급이 증가하기 때문에 지가의 하락을 가져올 것이다. 궁극적으로 20세기 도시의 악몽인 ‘도시 난개발’ 현상은 종말을 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 아침 자연환경이 좋은 강원도 평창 정도의 전원 주거지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또는 서울에서 세종시로 통근하는 ‘초 원거리 통근자’를 볼 날이 머지않았다. 더 나아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 차량을 타고 부산, 대구, 광주, 목포 등 원거리에서 통근하는 ‘하이퍼 스프롤’이 등장할 것이다.

또한,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은 도시 내 물리적 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예를 들면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가구’(블록)에 짧은 승하차를 위한 공간을 할당해야 하므로 ‘가구’ 디자인을 바꾸어야 한다. ‘러쉬 아워’ 시간대에 자율주행차량이 건물 ‘커브 사이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또는 노선버스차선과 경쟁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율주행차량이 짧게 주정차할 수 있는 공간 수요는 증가할 것이며, 그를 수용하는 ‘가구’디자인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사 없이 달리는 자동차의 출현은 작게는 도시 내 블록 규모, 도시구조, 광역차원의 인프라 구조의 변형을 가져올 것이다.

자율주행차량의 선발대인 공유차량이 가져오는 충격은 도시의 물리적 구조에만 한정하지 않고, 벌써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유차량의 등장은 기존 운수관련 산업 종사자들을 ‘레드 오션’으로 몰아넣는 충격을 일으키고 있다. 운전기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재앙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8년 말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개시에 반대하며 택시기사 2명이 목숨을 끊고, 1명은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이 있었다. 자율주행차량의 등장은 승용차, 트럭, 버스 등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소멸시키기 때문에 정부는 운전기사들을 신속하게 타 산업부문으로 재배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자율주행 차량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근로자들은 자율주행차량의 운행을 무력화 시키고자 정권에 반발할 것이고 이는 사회 내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할 것이다. 110년 전 포드 모델 T자동차가 거리에 등장했을 때 받았던 혼란과 충격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기사 없이 주행하는 차량은 20세기의 고질적인 도시문제였던 교통체증, 주차장 부족, 차량 정체 스트레스로 인한 난폭 운전 등을 제거하고, 교통체증 없이 장거리까지 안락한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21세기형 스마트 도시의 청사진이 마치 유토피아처럼 그려지고 있지만, 기사 없는 차량의 등장은 도시계획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용도지역제(조닝)에 의한 도시 내 토지의 기능분리는 무력화되고, 혼합용도의 토지이용이 대세로 떠오르며, 직주근접의 원리같은 20세기 창안된 도시계획 기술은 21세기 스마트 시티에서는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할 것이다.

기사 없는 승용차 시대의 도래는 건물이 세워지는 도시상부구조와 통신선로 등 광케이블이 매장된 도시인프라 구조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도시계획은 토지이용과 교통을 통합하며 21세기 새로운 도시형태를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의 도래에 대비해 교통전문가 건축가, 도시 계획가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도시형태의 실현은 기술 영역만의 과제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 영역에서 고민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글: 조재성 대표 21세기 글로벌 도시연구센터(원광대학교 명예교수)
출처: 한국교통연구원 월간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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